2007년 8월 29일

[갈무리] 고객 가치 경영의 성공 포인트

고객 가치 경영의 성공 포인트

고객 중심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론이나 구호의 수준을 넘어 실행력을 갖춘 고객 가치 경영의 성공 포인트를 정리해 본다.

고객 만족 경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 가운데 유독 고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을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도 고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고객 가치 경영의 현주소를 짚어보면서, 한 번쯤 재점검 할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다른 무엇보다 본질 가치에 충실하라

길 건너 편에 새로운 음식점이 문을 연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친절한 종업원들이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한식 전문점에서는 파격적으로 고객 관리 카드를 작성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몇 개월째, 도통 손님을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최신의 고객 대응 프로그램으로 무장하였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상반된 사례를 들어본다. 종로 인근의 자주 찾는 음식점이 있다. 20년의 역사를 가진 추어탕 집으로 골목골목을 돌아 이정표도 없는 길을 한참을 헤매야 한다. 주차 서비스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친절하고는 거리가 먼 주인 할머니의 느닷없는 반말투가 기분을 거스르게 한다. 헌데, 그래도 좋다. 가장 음식 맛이 확실하니 매번 점심 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의 긴 대기 행렬이 이어진다.

근래 고객 가치가 강조되면서 고객 관련된 모든 부분에 기울이는 노력이 커진다. AS, 클레임 대응, 고객 만족도 등의 주변부 특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작은 서비스 실수 하나로 기업 명성에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까닭에 전에 없이 주변부 속성에 기울이는 노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질 가치에 대한 만족 없이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음식이라면 맛이 본질일 터이고, 휴대폰이라면 기능 혹은 디자인이, 할인 마트라면 가격, 편의성 등일 것이다.

● 소비자 만족도에 대한 오해들

고객 중심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소비자 만족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소비자 만족도는 우리 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이 전반적, 평균적 인식 내용을 정량화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만족도를 통해 고객 가치 경영의 구체적인 실천 대안을 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표 1>은 국내 주요 할인 마트에 대한 고객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9개 브랜드에 대한 고객 만족도 수치의 격차가 10점 내외에 불과하다. 반면, 소비자들이 할인점을 선택하는 기준을 보면 ‘지리적 거리’가 다른 요소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고객 만족도 지표도 소비자들의 결정적 구매 요인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결과 지표의 활용에서 다소 과대 해석, 활용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자. 통상, 고객 만족도는 동종 산업 내 경쟁업체 간의 우열을 가리는 형식으로 서열이 매겨지는 탓에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동기 부여가 강해지는 것도 같다. 하지만, 고객 만족도 1점 뒤졌다고 소비자들이 대거 경쟁사로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불친절한 음식점일수록 맛이 좋다. 음식은 맛이 본질인 탓에 다른 기타의 것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를 움직이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타겟 마케팅을 다시 생각해 본다

고객은 동질적이지 않다. 물론 마케팅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도 그렇게 대응하고 있는가. 최근 여성 마케팅, 키즈 마케팅, 실버 마케팅 등 고객의 일부를 따로 떼어낸 고객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마케팅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조사 내용을 보자. 전체 소비재의 83%를 여성이 구매하는데 가구는 94%, 휴가·여행관련 상품은 92%, 주택 91%, 자동차는 60%를 여성이 결정을 한다고 한다. 물론 그래서 결론은 마케팅의 승패는 어떻게 하면 여성이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까에 달려 있다는 것. 자,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최근 미국 USA 투데이에 실린 내용이다. 조사 기관인 리소시스 인터랙티브에 따르면 미국 소비 시장에서 1982년부터 2000년 사이 출생자인 Y 세대의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81%는 Y세대인 10대 자녀의 의사에 따라 물건을 산다.

자, 눈치챘는가? 도대체 이런저런 서베이, 조사들은 왜 그렇게 다른 소리를 내고 있는가. 사실 통계 수치의 의도는 저마다의 색다른 주장을 담고자 한다. 일견 둘 다 틀린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서베이에는 언제든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다. 실제 상품 의사 결정을 남편이 할지라도 맞벌이 부인의 신용카드 소득 공제에 올인하기 위해 부인의 카드로 결제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이들은 통계에 잡힐만한 결제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른들의 의사 결정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혹은 부모들이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10대 자녀들의 온라인 아이디로 결제된 금액일 수도 있을 터이다.

결국 외부의 통계 조사, 시장 트렌드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우리의 마케팅 방향을 정하는 것은 큰 판단 오류이다. 우리 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우리가 보유한 고객의 구성과 속성에 맞추어져야 한다. 결국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를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누가 우리 회사의 고객인가

최근 기업들마다 세분화 마케팅에 열성이다. 여성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 부서에 여성 담당팀을 신설하고,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극장 티켓 혹은 패밀리 레스토랑 쿠폰을 지급하기도 한다. 혹시 이러한 노력들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제품의 여성 고객이 여타 다른 제품의 여성 고객과 동일하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시장 전체 단위에서 바라보는 세분화 고객 보다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세분화된 고객의 중요성을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 정말 우리 기업에서 특정 소비자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가. 나아가 이들을 차별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는가 등의 질문이 필요하다.

여성 마케팅의 대상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 흔히 여성 소비자라고하면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 여성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대한 민국 여성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면면을 보면 다양한 소비 성향의 집단이 혼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출간된 ‘대한민국 여성 소비자’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자. 전체 893명의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34개 요인에 대한 집단 구분 결과는 여성 소비자의 상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래 <표 2>에서 유행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인 F 집단의 비중은 20.8%에 불과하며 기타 다양한 기호의 여성 소비층이 존재함을 볼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하는가

고객은 언제나 옳다, 손님은 왕이다 등의 구호는 모든 기업에서 수십 년이 넘도록 강조해 온 내용이다. 너무도 당연한 진리가 현실에서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현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사례가 기업 내부의 논리로 고객 입장을 자의적으로 정의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러한 내용은 제품 원가 절감 과정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대응하는데 집중한 나머지 고객에게 제공하는 고유의 경험 원천을 제거하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크래프트 식품이 이탈리언 제과업체 스텔라 도로(Stella D’Oro)를 인수 과정에서 경험한 실패 사례를 보자. 극심한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절감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기존의 비유지(Non-diary) 재료를 값싼 유지(Diary) 재료로 교체하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매출은 급감하였고 본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스텔라 도로의 주요 고객인 유대인들이 유지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였다.

고객 입장에서 사고하는 일은 때로는 마케팅 전략의 기본에서 한참 벗어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슬람 지역을 타겟으로 하는 메카 콜라는 펩시, 코카콜라 등 쟁쟁한 경쟁자를 이기기 위한 전혀 색다른 접근을 하였다. 창립자인 타우피 마스로우티는 ‘충성심을 가지세요’ 혹은 ‘당신의 양심을 흔들어 보세요’ 등의 슬로건으로 무슬림의 대의명분에 가깝게 다가섰다. 대부분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광고 메시지에 종교적 색채가 들어가는 것을 상당히 꺼리고 있지만, 메카 콜라는 보기 좋게 시장을 석권하였다. 고객을 이해하는 일이 고객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을 알게 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 기술 중심적 사고를 넘어서

제품의 기술적 성능을 앞세우는 기업에서도 실수의 가능성이 높다. 제품, 기술 중심의 사고는 자칫 고객의 입장을 무시하고 탁월한 기술이 성공을 가져준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세계적인 만년필 제조 기업인 몽블랑은 새로운 기술보다는 전통, 의미를 펜에 부여하였다. 몽블랑 광고의 초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평화 협정, M&A 현장에서 사인을 해온 전통을 부각한다. 몽블랑을 찾는 고객들은 빠른 기술에 오히려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물론 대량 생산 트렌드에서도 한 발짝 물러서 있다. 현재까지도 몽블랑은 고객이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펜으로 포지셔닝을 굳건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고객을 배제한 기술 중심적 사고는 최고의 기술 개발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도 아무런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모토로라의 부활을 알린 레이저 폰의 성공은 여타 경쟁사들이 기술 중심적 노력에 쏠려있을 때, 고객 중심적 사고를 다시 한 번 재고한 탓이다. 경쟁사들이 고화질의 카메라 폰이나 MP3 기능 등의 기술 경쟁에 뛰어들 때, 슬림의 새로운 디자인만으로 큰 돈 들이지 않고 시장을 되찾았다. 제품 중심의 기업과 고객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표 3>은 이러한 상반된 기업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왜 아는 만큼 실행하지 못 하는가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만 하면, 우리 제품에 자동적으로 반영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고객 따로, 나 따로의 고객 가치 경영, 자아 만족일 따름이다. 혹시, 우리 회사의 관련된 부서간의 협력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혹은, 내부 성과 지표간의 충돌, 시스템 중심의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고객 관계 관리)가 장애가 되지는 않는가.

내부 성과 지표와 고객 대응간의 충돌은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부분이다. ‘립스틱 바른 돼지(Passionate and Profitable)’의 저자인 리오르 아루시가 자신의 컨설팅 과정에서 경험한 사례를 보자. 해당 항공사의 플래티넘 고객들은 연간 7만 5천 마일을 여행하는 우량 고객들이었다. 하지만 서비스 센터에서 우수 고객을 다루는 방식은 터무니 없었다. 매주 400명이 넘는 고객들은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고 59분이 넘도록 통화대기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서비스 센터 책임자의 성과 지표에 있었다. 책임자의 성과급은 고객 전화에 대한 ‘평균 처리 시간’에 따라 결정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량 고객이건, 평범한 고객이건 폭주하는 전화의 평균 처리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기 시간이 59분이 되면 자동으로 전화가 끊어지도록 시스템을 설계하였던 것이다. 저자는 또 다른 연구에서 평균적인 기업 내 3분의 2에 해당하는 임원들의 보상이 서비스의 질(Quality)이 아닌 내부의 생산성에 맞추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 CRM의 제2라운드에 대비하라

국내 기업들에 널리 전파된 CRM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 유독 한국 기업의 정서에서 CRM이 본래의 의미를 갖기 어려운 이유는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본래 CRM은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한다. 이는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가를 충분한 데이터에 의존하여 구분을 하고 차별화 된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여 맞춤형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고객 관계 관리는 필수적인 내용이 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 기업의 CRM 수준은 이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기적인 성과주의가 당장의 매출 확대에 집중하게 되고,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어렵게 한다. 국내 카드사 가운데 상당수는 한 달에도 몇 번씩, 이메일 마케팅을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발송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부적으로 축적한 방대한 DB의 효용가치가 무색할 따름이다. 계절마다 이어지는 백화점의 무차별적 경품 쿠폰 우편은 또 어떠한가.

이러한 결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CRM 인프라를 구축하였지만 정작 활용의 목적은 단기적인 시각에 머무르게 된다. CRM은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에 기초하여 궁극적으로 고객과의 일대일 마케팅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온라인 상거래가 보편화되고, 기업마다 최신의 CRM 인프라를 갖춘 우리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갖춘 셈이다. 단기적인 성과 지표를 넘어 고객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 제고가 절실하다.

고객 가치 경영의 정의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정의를 실행으로 이어가는 경로에는 곳곳에 착시 혹은 충돌하는 원칙들이 숨어있다. 이러한 장애 요인들을 뛰어넘어 시장의 승리자가 되는 방법 역시, 그리 어려운 얘기도 아니다. 우리 기업에 수익을 가져다 주는 고객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아는 일,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본질 가치를 제공하는 일, 우리의 생각이 아닌 고객의 생각을 읽는 일, 나아가 이러한 발견들을 실행으로 이어가는 일이 그것이다. 어렵지 않은 명제를 어떻게 현실 경영에 구현하는가 하는 것은 비단 고객 영역 뿐 아니라 제반 모든 기업 경영에서의 기본 원리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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